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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여유롭게 '갑진' 한 해가 되길

    몇 달 전 버지니아 비엔나 지하철역에서 누군가 “왜 전철 출입구를 막은 것이냐. 언제 열리냐.”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욕하는 광경을 봤다. 주위 사람들은 못 본 척 잽싸게 그를 피해갔다. 괜한 시비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나 역시 멀찍이 떨어져 애써 못 들은 척한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기다렸길래 저렇게 화가 났을까? 하염없이 기다리다 드디어 인내심이 폭발한 게 아닐까, 마음은 조급한데 전철이 느려터지면 화가 나지.' 생각은 점점 지하철 고함남에게 감정 이입하는 쪽으로 흐른다.       지하철에서 내릴 때를 생각해보자. 최대한 덜 걷게끔 출구와 가까운 칸을 찾아 타고, 열차가 멈추지도 않았는데 문 앞에 붙어 서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눈은 스마트폰을 향해 있고, 손가락으로 끊임없이 무언가를 검색한다. 왜 그렇게 하는 걸까? 시간을 아끼기 위함이다. 멍하게 서있느니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한편 더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하철 속 많은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미국 사회가 한국보다 많이 여유롭다고는 하나 시간을 쪼개서 종종거리는 삶은 매한가지다. 단순히 바빠서만은 아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왠지 심각한 낭비를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어서다.     요즘은 세계 어디나 '분초사회'이다. 이 단어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와 연구위원들이 발표한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새해 10대 트렌드 가운데 첫 번째로 제시한 키워드이다. 분초사회(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모두가 분초(分秒)를 다투며 살게 됐다는 의미이다. 소유 경제에서 경험 경제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시간은 가장 소중한 자원이 됐고, 그것을 아껴 쓰고 가성비를 추구하는 건 당연하다. 돈은 대출받을 수 있으나 시간은 어디에서도 구해올 수 없기 때문이다.   분초사회인 요즘은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가 그 사람의 미래를 결정하는 듯하다. 시간의 가성비를 높이고자 돈보다 시간을 중시하고, 사용 시간 단위를 조각내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집 앞 쇼핑몰을 가더라도 일단 교통상황부터 확인한 후 길을 나서고, 실패 없는 쇼핑을 바라면서 극한의 시간 효율을 추구한다.     시간의 양뿐 아니라 질도 중요하다. 시간 사용 밀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면서 시간을 저글링한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지금도 워드 창을 띄워놓고 다른 탭을 주르륵 열어 드라마 보고, 음악 듣고, 단어 검색하며, 뉴스도 읽는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 얼핏 정신 사나워 보일 수도 있지만 놀랍게도 각각의 창이 박자에 맞춰 잘 굴러간다. 이제 돈자랑은 촌스럽다. 오히려 호텔 오마카세에 가서 세 시간짜리 식사를 하며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이 자랑인 시대다. 누가 명품시계 샀다고 자랑하는 말보다 어디 여행 다녀왔다는 말이 더 부럽다. 과거 치열했던 '최저가' 경쟁이 '최적가' 경쟁으로 변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전에는 100원 아끼자고 여러 곳을 검색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100원 비싸게 사더라고 검색할 시간을 줄여 다른데 쓰는 사람이 더 많다.     고객 지갑을 놓고 쟁탈전을 벌였던 기업들도 이제는 시간에 집중하는 추세다. 70% 파격 세일을 홍보하는 광고는 이제 진부하다. 일반 배송, 이틀 만에 도착하는 급행 배송, 하룻밤 만에 받아보는 초급행 배송 등 배송 기간을 더 힘줘서 광고한다. 배달 도착 예상 시간 안내함으로서 소비자에게 시간을 관리한다는 느낌을 주려 한다. 더불어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따라하기'가 일상이었다. 고민하는 시간을 절약하는 이른바 '디토소비(Ditto Consumption)'이다. 취향 비슷하고 믿음 가는 인플루언서 두어 명을 정해놓고 그들이 사는 것만 쏙쏙 골라 정답을 소비한다. 수많은 선택지 속에서 나의 가치관과 취향을 오롯이 반영하는 사람, 콘텐츠, 유통 채널의 선택을 따라 하면 실패 확률이 적다. 또 누군가와 동의됐다는 안도감, 동질감이 묘하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겠느냐 묻는다면 내 대답은 글쎄다. 분초사회 속에서 효율적인 시간 관리에 더 큰 가치를 두고 디토소비를 하는 삶도 나쁘지 않다. 한편으로는 꽤 편리하다. 하지만 어쩐지 낭만이 없다. 생각이 결여된 채 AI가 이끄는 알고리즘에 의해 기계처럼 움직이는 기분이다.     요즘은 책도 유튜브 쇼츠로 대체하는 시대다. 재미로 따지면 책은 쇼츠의 비교 대상이 아니다. 각각의 유저가 관심을 갖는 영상들만 골라 보여주니, 눈 한 번 깜빡하면 훌쩍 1~2시간이다. 자극적인 영상과 빠른 속도감으로 무장한 콘텐츠 괴물을 활자가 어찌 맞서겠는가. 친절하게 떠먹여주는 지식과 정보를 활자가 어찌 이겨내겠는가.     그렇다면 책은 즐거움과 정보 전달 창구로서 역사적 소명을 다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생각을 발전시키는 힘을 기르고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행위다. 정보와 재미를 머릿속에 강제 주입하는 유튜브 쇼츠에서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일 년 반 동안 내가 워싱턴 중앙일보에 북칼럼을 기고하며 깨달은 진리이다.     미래 첨단 기술 패권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는 IT기업 CEO들의 손에 구닥다리 같은 책이 항상 들려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독서는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란 점에서 몸의 근육을 불리는 피트니스와 비슷하다. 하루아침에 거대하게 불어나지 않지만 시간을 투자하면 근육은 반드시 생긴다. 그렇게 차곡차곡 붙은 근육은 몸을 아름답게 가꿔줄 뿐만 아니라 질병으로부터도 지켜주는 단단한 무기와 같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을 보험처럼 만들어 놔야 꼿꼿하게 올바른 자세가 가능하듯이 젊게 살기 위해서는 생각 근육이 필수다. 비타민 챙겨먹는 것과 맞먹는 정신 건강 영양제이다.     금연이나 다이어트처럼 독서를 신년 결심 목록에 넣어보는 건 어떨까. 새해를 기다릴 것 없이 지금 당장 서점에 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분초사회에서 생존하느라 생각하는 시간조차 손해라고 여겼다면 잠시 여유를 갖고 책을 펼쳐보자. 생각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덤벨을 스스로 챙겨보자.     2024년 갑진년이 우리의 몸과 정신에 힘을 북돋워주고, 마음껏 생각의 바다를 유영할 수 있게 해주는 ‘갑진’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클로이 리 객원기자새해 갑진 시간 사용 사용 시간 초급행 배송

2024-01-03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자녀의 시간관리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고교에 들어가면 시작해야 하는 것중 시간관리 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이전에는 시간을 조금 낭비해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고교에선 절대적으로 효율적인 시간 사용이 필요하다.     대입 성공은 물론,  인생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가 바로 '시간 관리(Time Management)'다. 어려서부터 시간 관리 능력만 잘 익힌다면 앞으로 걱정할 것이 없다. 하지만 자녀에게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으므로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 누군가 "시간을 지배하는자, 세상을 지배한다"고 했다는데 맞는 말이다.     가장 먼저 자녀에게 깨우쳐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라는 것이다. 만약 쓸데 없이 시간을 낭비하면 그만큼 잠을 덜 자든 밥먹는 시간을 줄여야지 공부하는 시간을 줄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녀들은 공부나 숙제하는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기 쉽다. 주어진 24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자유롭게 관리하는 방법을 안다면 엄청난 스케줄을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 수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시간을 지배하는 능력을 어떻게 길러줘야 싶지만 시간 관리능력은 사실 대단한게 아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파악한 후 시간을 배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대부분 학교는 학생에게 스스로 매일해야 할 일을 정리할 수 있도록 '데일리 플래너'를 나눠준다. 학생은 플래너에 각 클래스의 과제물, 프로젝트 준비물 등을 적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많은 학생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학교 웹사이트에 교사가 올려 놓는 게시물에 따라하는 것보다는 플래너에 적는 습관을 갖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수업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부모는 데일리 플래너에 한 가지 더 기입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제물에 필요한 시간을 미리 예측하고 방과 후 과제물을 끝내는 순서를 정해두는 것이다. 각 과제물을 차례로 기입한 후 이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예상시간(ET), 실제 소요시간(AT), 순서(O), 완성(D) 여부를 표시하는 칸을 만들고 매일 체크하는 습관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  장병희 기자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시간관리 자녀 시간 관리능력 시간 사용 데일리 플래너

202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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